노닐기 짧은 사색 : 여자친구에게 꽃선물을 받는다는 것

 

 

작년 여름 내 생일. 나는 여자 친구에게 처음으로 꽃다발을 받았다. 꽃다발이라고는 졸업식 때 받은 게 전부이고, 종종 여자친구에게 꽃다발을 선물한 적은 있는데..... 내가 직접 꽃 선물을 받아보니 기분이 색달랐다. 다른 선물도 좋지만 꽃다발을 사기 위해 꽃집에 들러 나를 위해, 여러 가지 꽃을 고르고 골랐을 여자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 선물받았던 핑크핑크한 꽃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꽃다발이었는데, 크기가 크지 않아 부담 없이 들 수 있어 좋았다. 길을 걷는 내내 꽃은 내가 들고 다녔는데, 그 누구도 내가 꽃다발을 선물 받은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한 꽃다발을 대신 들고 다니는 남자 친구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일에 받았던 꽃은 잘 말려서 유리병에 보관중이다. 비록 색은 바랬지만 모양은 그대로이다. 병에 담긴 장미를 볼 때마다 나는 여자 친구가 내게 줬던 특별한 생일의 느낌을 떠올리곤 한다. 작년 생일에 받았던 꽃 선물은 선물 그 이상의 선물이었다.

 

 

 

 

시간이 흘러 어제 나는 또 한번의 꽃다발을 선물 받았다. 큰 종이백을 들고 나타난 여자 친구. 옷을 샀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만나자마자 종이백에서 뭐를 주섬주섬 꺼낸다. 그리고 내 눈앞에 나타난 알록달록하고 큼지막한 꽃다발.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한다. 얼마 전 회사에서 대리로 승진을 했는데, 승진을 기념하며 준비한 선물이라고 한다. 

 

 

 

 

나의 승진을 누구보다 축하하고 행복해했던 여자친구는 이렇게 나를 또 한 번 축하해주고 싶었나 보다. 직접 적은 "승진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결혼 준비로 인해 이래저래 신경 쓰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많고, 가뜩이나 외근까지 다녀와서 몸도 힘들었을 텐데... 이런 선물까지 준비해서 나에게 안겨주는 여자 친구.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봄을 맞아 거리에는 꽃들로 가득하다. 꽃을 보며 산책하면 기분도 마음도 참 좋아지곤 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여자친구의 사랑과 정성을 받은 어젯밤. 여자 친구에게 한 움큼 봄을 선물 받은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번 꽃다발도 잘 말려서 병에 보관하고 추억해야겠다.